축구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해답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는 팀은 수비적으로 나서며 카운터를 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집쟁이 프로축구 광주FC는 이러한 해답을 거부한다. 스쿼드의 양과 질에 상관없이 '마이웨이'만 있을 뿐이다. 점유 그리고 전진이다.

물론 이것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울산전이 그랬다. 광주는 9일 오후 2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라운드에서 0-2로 패했다. 수원FC 원정 1-2 역전패 포함, 시즌 첫 연패다.

이날 광주는 무기력했다. 올 시즌 가장 좋지 못한 경기력이었다. 한 두명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팀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울산에 이렇다 할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전반 26분 김치곤, 후반 6분 이정협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남기일 감독은 경기를 마친 후 "교체를 통해 우리 것을 버리고 다른 것(롱볼 축구)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 정도로 이날 광주의 경기는 이상하리만큼 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기일 감독은 광주의 색깔을 놓지 않았다. 경기 휘슬이 울릴 때까지 전방 압박과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기회를 엿봤다. 많이 뛰는 축구, 게다가 더운 날씨로 인해 후반 들어 압박의 강도가 약해졌으나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압박, 패스, 점유는 흔들림 없이 추구됐다.

지난 수원FC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광주는 후반 4분 정조국의 리그 4호골로 앞서갔다. 곧바로 수비에 치중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후반 중반부터는 상황을 보면서 충분히 수비를 강화할 수 있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광주는 수비를 보강하기보단 추가골을 노렸다. 수비 숫자를 늘리는 대신 후반 30분 김민혁을 빼고 파비오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악수가 됐다. 광주는 후반 38분 오군지미, 후반 44분 이승현에게 연달아 득점을 허용하며 1-2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수비 숫자를 늘렸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는 경기였다. 그러나 광주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는 팬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정말 재미있는 경기를 한다. 다음 경기도 기대가 된다"는 격려와 기대의 목소리들이 주를 이뤘다.

광주는 지난 시즌 승격팀 최초로 클래식 무대 잔류에 성공했다. 대다수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광주가 보여준 경기력이었다. 시민구단의 특성상 두텁지 못한 스쿼드를 갖추고 있지만 광주는 어떤 상대를 만나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들의 경기를 펼쳤다. 자연스레 K리그 팬들에게 광주는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남기일 감독은 "1라운드(시즌을 1/3으로 나눴을 때)는 우리가 추구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안정적으로 승점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그 이후 문제라는 것이 남기일 감독의 생각이다.

광주의 고집이다. 때로는 아쉬운 결과로 이어지지만 자신들의 색깔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뚜렷한 색채로 클래식에 확실한 발자취를 남긴다. 이것이 광주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이고, 많은 팬들이 광주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이유가 아닐까.

*본 기사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