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올 시즌 목표는 크게 1, 2차로 나뉜다. 1차 목표는 잔류, 2차 목표는 6강 진입이다. 광주의 남기일 감독과 주장 이종민 모두 시즌 전 "일찌감치 잔류를 확정한 뒤 6강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시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여유 있게 잔류를 확정했던 터라 1차 목표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이다. 그러나 2차 목표는 '글쎄'란 반응이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기대 이상의 행보를 보여준 광주라 해도 갖고 있는 경쟁력이 냉정히 말해 상위스플릿급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광주는 1라운드에서 2차 목표 달성에 대한 경쟁력을 증명해 보였다. 한 경기로 섣부른 예단은 위험하나 그것을 감수할 만큼 90분 동안 보여준 임팩트는 강력했다. 상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포항스틸러스였다는 점, 게다가 적지에서 싸웠다는 부분은 임팩트의 가치를 높인다.

광주는 12일 오후 4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라운드 포항 원정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보는 팬들에게는 분명 개막일 역사에 길이남을 명승부였다. 그러나 당사자 광주에는 통한의 무승부였다.

골잡이의 가치를 보여준 정조국의 멀티골로 승기를 잡았으나 광주는 후반 중반 이으뜸이 경고누적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놓였다. 결국 후반 42분부터 추가시간까지 내리 3골을 허용하며 극장 경기의 조연이 되는 듯 했다. 다행히 종료 직전 이종민이 침착한 플레이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김정현이 마무리해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광주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지난 시즌 포항을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해 안 그래도 각오를 다졌던 광주다. 개막전에서 포항 원정 승리.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시즌 출발도 없었다. 하지만 다잡았던 승리를 놓치면서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광주는 이날 경기를 통해 많은 걸 보여줬다. 지난 시즌 약점으로 지적됐던 최전방의 무게감은 정조국의 합류로 말끔히 씻어냈다. 김호남, 안영규 등 주축 선수들이 공백은 김민혁, 조성준, 홍준호 등 신입생들이 성공적으로 메웠다. 지난 시즌 돌풍의 밑바탕이 됐던 조직력은 동계훈련을 거치며 한층 더 끈끈해진 모습이다.

최진철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포항은 시즌 개막 전 치른 AFC 챔피언스리그 3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 중 하나는 광저우 헝다 원정에서 거둔 성과였다. 광저우는 잭슨 마르티네스, 히카르도 굴라트, 파울리뉴 등 초호화 멤버를 자랑하는 아시아 최강 팀을 상대로 포항은 짠물 수비를 펼치며 예상을 이겨내고 0-0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광주는 그런 포항을 3골이나 넣으며 괴롭혔다.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변수 등을 감안해도 충분히 시즌 전망을 환하게 밝힐 수 있는 이유다. 첫 경기부터 시즌 전 자신감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항상 예상을 뒤엎었고 한계를 뛰어넘었던 광주, 올 시즌도 충분히 기대해 봄직하다.

*본 기사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